top of page

 시와무지개는 시와와 레인보우99(류승현)의 프로젝트다. 독특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팀인데 둘의 경력을 생각하면 이 조합이 참으로 낯설다. 특히 '오래전에'가 그렇다. 프로그램된 드럼 루핑 위로 고운 채로 걸러낸 것 같은 비트가 흩어진다. 레인보우99의 넘실대는 기타 그루브 물결 위를 시와의 목소리가 가볍게 비행한다. 능숙한 서퍼처럼 손끝에 물방울을 튀기며 미끄러지는 이 사운드는 그렇게 기존에 형성된 둘의 이미지를 가볍게 배반한다. 그제야 깨닫는다. 누구든, 쉽게 규정되지 않고 그럴 수 없다.

1집 [We Are All Together] 

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686654

2집 [We Are All Alone/우리 모두는 혼자] 

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1307853

RAINBOW99 | programming, sound design, guitars, synth, vocal

SIWA/시와 | vocal, acoustic guitar, lyrics 

artworks by 김선화

Video by 권영환, 김민

M/V

ON STAGE LIVE

 이쯤에서 시와무지개에 대한 첫인상을 고백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시와가 '홍대 앞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뉴페이스'로 언급될 때였다. 개인적으로 레인보우99, 류승현은 다른 이유로 주목한 기타리스트였는데 두 사람의 팀 결성 소식이 언뜻 신선하면서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던 걸 기억한다. 그때는 두 사람이 딛고 서 있는 영역이 상당히 다르다고, 오만한 생각이었지만 꽤 멀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이들은 신기하게도, 원래 그랬던 것처럼, 요컨대 한 쌍의 백양목처럼 적당한 거리에서 적절하게 어울린다. 나는 이 둘의 거리가 한편 사랑스럽고 또 한편 흥미롭다. 직업적인 관점에서 말하자면, 그 간격이야말로 두 사람의 장점을 오롯이 끌어낸 방편이자 시와무지개 혹은 시와, 레인보우99라는 음악가를 쉽게 규정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다. 그들에 대해 알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그리하여 마침내 이들은 비평가를 뒤쫓게 만드는 창작자들이다. 나로서는 밤의 추적자처럼 막연한 채로, 이런저런 단서들을 손에 쥐고 뒤를 밟을 수밖에 없다. 그게 나의 일이다. 쉽게 정체가 탄로 나지 않는 음악가들의 도감을 만들고 지도를 그리는 일. 그래서 이 넓고 깊은 사운드의 숲에서 시와무지개 같은 팀을 만나는 건 꽤나 고무적인 일이다. 지금 나는 이들의 음악을 몇 시간째 반복해서 듣고 있다.

[출처] 시와무지개, 요컨대 간격과 조화| 글 차우진

 

bottom of page